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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한강) : 몸에 물감 바르고 섹스 한다고 그게 예술이 되나요?

1해라절해라 2024. 6. 22. 13:38

 

찜찜하고 어둡고 암울하다.

하지만 그것은 유익한 불쾌감이다.

폭력적이고 참혹한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투쟁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영혜와 영혜언니의 삶에 두 남편이 없었다면 행복할 수 있었을까?

피해자는 영혜인데 왜 다들 남편 눈치만 봐? 왜 다들 남편에게 미안해하지?

눈앞에 죽어가는 한 여인은 보이지 않는가.

아버지의 끔찍한 학대를 벗어났지만, 그녀들은 결혼으로 인해 또 다른 굴레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2007년에 출간된 소설임을 감안하고 읽었지만,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영혜는 갑자기 채식을 시작한다.

꿈을 꿨대.

피.

이 소설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피'.

사람을 살리는 생명일까.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는 과정에서 나온 것일까.

필연적으로 말라갈 수밖에 없는 액체일까.

맞서 싸우며 지켜야 하는 과정일까.

계속해서 등장하는 피.

 

 

 

성평등 강사 양성과정 시간에 배웠다.

'부부강간'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부부관계는 서로 간의 합의와 존중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인데, 어떻게 '강간'이라는 단어가 생겨날 수 있는가.

 

 

- 남편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남편이 바람피울까 봐

- 남편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할까 봐

- 내가 한 번 참고 넘어가는 게 낫지

- 나만 가만히 있으면 우리 가정은 평화로울 수 있어

 

 

위와 같은 생각들 때문에, 부부관계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런 게 부부라면, 부부는 서로를 가장 사랑하고 아낀다는 말은 거짓이다.

 

 

 

두 번째 파트인 <몽고반점>

진짜 너무 역겨워서 줄거리를 떠올리고 싶지 않아.

어떻게 포장해도, 어떻게 고상한 단어들로 나열을 해봐도,

결국엔 처제랑 형부랑 불륜을 저질렀다는 거잖아요.

몸에 물감 바르고 섹스한다고 그게 예술이 되나요?

순간의 감정, 순간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행위면 고상한 미적감각으로 인정해줘야 하나요?

기존의 관념을 탈피하고 새롭게 재해석한 희대의 천재 작가라고 기사라도 내 드려요?

 

 

예전에 읽었던 책 중에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가 떠올랐다.

한 사람에게서 성적 매력, 젠틀한 성격, 교양과 지성, 건강한 몸과 마음을 모두 얻을 순 없다.

그러니 성적 매력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 따로,

젠틀한 성격으로 나에게 정신적 만족을 주는 사람 따로,

지적 탐구를 함께 하는 사람 따로 만나는 것이 어떠한가.

책을 읽을 당시에 나도 이런 생각을 했었다.

지금은 다 부질없다는 생각뿐이다.

인생은 혼자 사는 게 좋다. 혼자 살면 지랄 맞은 일이 일어난다.

 

 

 

또다시 결말은 죽음이다. 죽음뿐이다.

죽음만이 날 해방시킬 수 있어.

죽음만이 날 살릴 수 있어.

 

 

기괴한 현실세계에서 나를 구하는 방법은 없다.

정상성을 모두 버리고, 죽음을 향해 미친 여자처럼 달려가는 것뿐이다.

그렇게 지내고 싶다.

그러다가 한 순간에 천국으로 가고 싶다.

거추장스러운 옷 거적데기도 걸치지 않고,

머리 아픈 업무도 하지 않고,

속으로 말을 삼키지도 않고,

그냥 멋대로 좆대로 살다가 가는 삶.

진짜 그러고 싶음.

 

 

그냥 그러려니 해줘.

고기 안 먹는다고 하면 그냥 그런 줄 알아.

1해라절해라 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