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작품을 하나씩 읽어보려 한다.
파격 그 자체인 <채식주의자>,
읽는 내내 힘들었던 <소년이 온다>를 거쳐
오늘은 <흰>을 읽었다.
나는 감성이 부족한 사람인데,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 처음엔 '이게 뭔 소리지?' 하다가도 계속해서 문장들을 곱씹으며 감성을 채우고 있다.
문장을 읽는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무슨 의미인지 파악을 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답답하기도 하지만, 사유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채색의 책 표지가 마음에 든다.
책이 얇아서 2시간이면 완독할 수 있다.

지독한 회피형인데,,,이제 돔황챠 못함.
큰일 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알고 있지 뭐. 대한민국 어디에도 내가 숨을 곳은 없다는 걸. 죽어야 이 모든 게 끝남.


'소멸'에 대해 생각해 본다.
김숨 작가의 <L의 운동화>라는 소설에 나온 내용이 떠올랐다.
무언가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소멸해갈 때라고.
잔잔히 존재감을 뿜어내며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이 든다.
나도 지금 모래처럼 살고 있겠지.

누군가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토록 간절히 살기를 빌어본 적이 있었나.
없었다.
그 생명은 죽어가면서도 말했을 것이다. 남은 사람들은 내 몫까지 꼭 살아달라고.
내가 지금 끊어내고자 하는 이 삶이, 누군가에겐 너무나 간절했던 것일 수도.
그들의 몫까지 더 잘 살아야지 생각하면서도,
속절없이 무너지는 멘탈.
(차라리 내 목숨을 거두어 가시고, 저들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빌어볼까.)

책의 후반부에 평론가의 글이 실려있다.
작품도 어려운데, 평론가의 글도 어렵다.
최소 2-3번은 문장을 다시 읽어야 이해가 될랑말랑함.
'흰'은 마냥 밝고 순수하고 희망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모두 지우고, 다시 최초의 지점으로 내리찍을 수도 있다는 점.
이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니까.
'인간'이란 존재는 대체 무엇인가.
이 주제를 놓고 한강 작가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글을 쓰는 것 같다.
어렵고 모호한 문장 속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
그게 한강 작품의 매력인 것인가.
계속해서 다른 작품들도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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