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모 작가의 소설이 문득 읽고 싶어졌다.
<아가미>는 현재 소설 부문 94위를 기록하고 있다.
217페이지라 하루 만에 읽을 수 있어요.
구병모 작가의 섬세한 표현들이 한 문장 한 문장 마음에 남는다.

이내촌에 있는 호수.
죽음과 비극의 기운이 가득한 호수다.
그곳으로 차 한 대가 빨려 들어간다.
근처에 살고 있던 할아버지와 강하는 한 아이를 살려낸다.
그렇게 살아난 곤은 할아버지와 강하와 함께 이내촌에서 철저히 숨어 살게 된다.
그 이유는 바로 곤의 목에 있는 2개의 아가미, 그리고 등에 반짝이는 비늘이 있었기 때문.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곤의 인생은 괴로워질 것이 뻔하다.

강하는 곤을 못살게 굴었다.
그것이 사랑인지, 증오인지, 혐오인지, 질투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에서 강하는 곤을 또 살려낸다.
인간의 감정은 참 알 수가 없다.
부모 없이 할아버지와 단 둘이 가난하게 살아온 강하다.
삶이 순탄했을 리 없고 성격도 온순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늘 그는 '생명'을 택한다.
생명을 살리고자 한다.

남과 같지 않은 것은 그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증오의 대상이 돼요. 아니면 잘해야 동정의 대상이 되는데,
뼈 때리는 문장이다.
사람도 물살이도 아닌 곤이 호수 속을 헤엄치던 초반에는,
그 안의 물살이들도 모두 놀라고 경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곤은 그저 호수에서 헤엄치는 자연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인간 세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곤의 비늘은 어떤 색이었을까.
어떤 모양이었을까.
성당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같은 비늘이었을까?
삶을 중단하고자 물속으로 뛰어든 해류는 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다.
해류는 자신을 구한 사람이 보통의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페이스북에 자신의 경험을 글로 올린다.
이 글을 본 강하는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게 되고, 해류는 강하를 만나 대화를 나누며 곤의 존재를 확신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강하는 죽는다. 홍수 피해가 심각하던 어느 날, 할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가 실종되고 만다.
해류는 기어코 곤을 찾아냈다.
그리고 곤에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야기가 끝나자 곤은 주저 없이 바닷속으로 뛰어든다.
할아버지와 강하의 시신을 찾기 위해.
이것은 사랑이다.
소외된 자들끼리 서로 돕고 돕는 사랑.
어쩌면 지금도 곤은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슬프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고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여운이 너무 오래가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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